난생처음 AI x 부동산 읽고 나서 (feat. AI한테 내 통장 사정부터 털어놓기)
요즘 제일 큰 고민이 집이다.
집은 사고 싶다. 근데 돈은 없다. 그리고 솔직히 뭐부터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청약부터 봐야 하나, 대출부터 알아봐야 하나, 일단 돈부터 모아야 하나.
부동산 공부를 해 볼까 하고 유튜브를 틀면 다들 하는 말이 다르다. "지금 사야 한다", "아직 아니다", "여기가 뜬다"… 다 보고 나면 머리만 더 복잡해진다.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그래서 나는 뭐부터 해야 되는데?
그런 와중에 서평단으로 이 책을 받게 됐다.
『난생처음 AI x 부동산 with 클로드, 제미나이, 챗GPT, 퍼플렉시티』
제목에 AI 이름이 네 개나 들어간 책은 처음 봤다 ㅎㅎ 그래도 "난생처음"이라는 말이 딱 지금 내 얘기 같아서 기대하면서 펼쳤다.
누가 썼나 봤더니
한빛미디어에서 2026년 9월 말에 나온 책이고 400쪽짜리다. 받아 보니 생각보다 두껍다.
저자가 세 명인데 이력이 재밌다.
정경석 저자는 자연어 처리로 박사학위를 받고 데이터 분석 쪽에서 20년 넘게 일했다. 지금은 금융투자업계에 있으면서 서울 재건축 아파트 조합 대의원까지 맡고 있다.
이철로 저자는 클로드 코드를 파고드는 AI 크리에이터인데, AI로 시장을 분석해서 실제로 집을 산 사람이다.
정상기 저자는 부동산·경제 데이터를 그래프로 그려서 시장을 읽어 온 데이터 분석가고, 역시 실전 투자자다.
AI 잘 아는 사람, 숫자 잘 보는 사람, 진짜 집 사 본 사람이 모인 셈이다. 적어도 뜬구름 잡는 책은 아니겠구나 싶었다.
시작은 "왜 이제는 데이터로 봐야 하냐"부터
본격적인 실습 전에 꽤 현실적인 얘기부터 꺼낸다. 무조건 오르던 시대는 끝났고, 이제는 직접 데이터로 검증해야 한다는 것.
요즘은 부동산 앱만 열어도 시세, 실거래가, 입주 물량까지 다 나온다. 그런데 책은 이런 앱이 정보를 보여 주는 데서 멈춘다고 짚는다. 그 정보가 나한테 어떤 의미인지 따져 주지는 않는다는 거다. 그 빈자리를 AI로 채우자는 게 이 책의 출발점이다. 앱은 정보를 보여 주고, AI는 그걸 내 상황에 맞춰 분석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눈다.
첫 장에서 하는 게 좀 의외였다
AI 부동산 책이라길래 "이 프롬프트 넣으면 오를 동네 알려줌!" 같은 걸 살짝 기대했는데 ㅎㅎ 첫 장에서 하는 건 전혀 다르다.
먼저 AI마다 잘하는 게 다르다는 걸 알려 준다.
복잡한 계산은 챗GPT, 긴 문서 분석은 클로드, 구글 데이터를 끌어오는 건 제미나이, 출처를 확실하게 달아 주는 검색은 퍼플렉시티. 여러 AI를 한 번에 쓰는 코멧이라는 브라우저도 나온다. 투자 단계마다 어떤 AI가 맞는지도 정리돼 있다. AI를 그냥 다 비슷한 줄 알았던 나한테는 이것부터 새로웠다.
그다음이 핵심이다. AI한테 내 사정부터 알려 주는 것.
월급이 얼마인지, 현금은 얼마나 있는지, 대출은 어디까지 나오는지, 나는 겁이 많은 편인지, 언제까지 집을 구해야 하는지. 이걸 "맞춤 지침"이라고 부른다. 챗GPT와 클로드는 프로젝트 지침에, 제미나이는 Gem에 넣어 두는 방법이 화면 순서대로 나온다. 한 번 세팅해 두면 그다음부터는 AI가 내 상황을 기준으로 답한다.
이 부분 읽으면서 좀 뜨끔했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내 상황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돈 없으니까 아직 멀었지" 하고 넘겼는데, 이 책은 그 막연함부터 숫자로 바꾸고 시작하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챗GPT한테 그냥 "○○동 아파트 어때?" 하고 물어보면 블로그 열 개를 요약한 것 같은 답이 나온다. 같은 단지라도 누구한테는 기회고 누구한테는 무리인데, AI가 그걸 알 리가 없다.
넓게 보다가 점점 좁혀 가는 구성
책은 크게 네 덩어리로 나뉜다.
처음은 방금 말한 AI 세팅 단계다.
그다음은 시장 읽기다. 금리를 시장의 온도계, 시중에 풀린 돈을 집값의 연료에 빗대 설명하는데 비유가 쉬워서 머리에 잘 들어왔다. 지역을 볼 때는 입주 물량, 전세가율, 인구 이동, 가구 구조, 교통 다섯 가지 지표를 본다. 세금도 살 때(취득세), 갖고 있을 때(보유세), 팔 때(양도세) 세 단계로 나눠 설명하고, 1주택일 때와 2주택일 때 세금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직접 비교해 보는 실습도 있다.
여기서 나한테 제일 와닿은 건 투자 전략을 세우는 장이었다.
왜 사려는지, 현금이 얼마인지, 대출이 얼마나 나오는지, 어디를 언제까지 살 건지, 얼마까지 잃어도 괜찮은지. 이 다섯 가지를 정리해서 내가 실제로 살 수 있는 금액을 계산하고, 그 금액으로 추천 가격대까지 뽑는다. 시장이 나빠지면 어떻게 할지 미리 정해 두는 실습도 있고, 마지막엔 이걸 전부 한 장짜리 투자 프로필로 정리한다.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던 나한테는 이게 제일 먼저 필요한 거였다. 내 예산을 모르니 어디를 봐야 할지도 몰랐던 거다.
세 번째는 좁히기다. 조건에 맞는 후보 지역 다섯 곳을 추리고 교통, 학군, 개발 호재, 시세 흐름을 따져서 점수표를 만든다. 그다음 단지를 비교하고 적정가를 계산한다. 실거래가와 호가를 비교해서 가격 협상할 근거를 만드는 실습도 있다. 그리고 AI가 만들어 준 체크리스트를 들고 현장에 가서 본 것까지 반영해 최종 판단을 내린다.
마지막은 실전이다. 집을 팔고 사는 갈아타기 과정을 통째로 다룬다. 매도가 정하기, 자금 맞추기, 가격 협상, 등기부등본에 위험한 게 없는지 확인하고 특약 문구 만들기, 잔금일 순서 짜기, 이사, 전입신고와 세금 기한 정리까지. 입주하고 90일 동안 뭘 점검할지도 있다. 여기까지 챙길 줄은 몰랐다.
실습이 38개라 읽는 책이라기보다 옆에 펴 놓고 따라 하는 책에 가깝다.
좋았던 점
제일 마음에 든 건 금방 낡지 않게 만든 책이라는 점이다.
부동산 책은 세법 한 번 바뀌면 끝이다. 작년 책을 보면 세율이 다 틀려 있다.
이 책은 숫자를 외우게 하지 않는다. 그때그때 AI한테 최신 기준을 물어보고, 공식 자료로 한 번 더 확인하게끔 프롬프트를 짜 놨다. 당장 집을 살 형편이 아닌 나 같은 사람한테는 이게 꽤 중요하다. 몇 년 뒤에 다시 펴도 쓸 수 있으니까.
실습마다 끝나고 바로 덮지 않는 것도 좋았다. 대부분 "후속 질문으로 더 깊이 분석하기"가 붙어 있어서, AI가 처음 내놓은 답에서 한 번 더 파고드는 법을 알려 준다. 단지 분석 쪽에는 결과를 다른 방식으로 한 번 더 확인하는 단계도 있다. AI 답을 그대로 믿지 않게 만드는 장치라 마음에 들었다.
프롬프트는 깃허브에서 받을 수 있다. 장별로 폴더가 나뉘어 있어서 필요한 실습 파일만 복사해 붙여 넣으면 된다. 저장소 안내에 "AI 답은 매번 달라질 수 있으니 책에 나온 답을 그대로 재현하려 하기보다 분석의 흐름을 익히라"는 말이 있는데, 이게 이 책을 대하는 태도로 딱 맞는 것 같다.
호가랑 실거래가를 비교하라는 대목도 기억에 남는다. 부동산 앱에 올라온 가격을 시세로 착각하기 쉬운데, 그걸 실제 거래된 가격과 대조하고 거기서 협상 근거까지 만든다. 추천사를 쓴 경매 컨설턴트도 이 부분을 짚었더라.
AI가 다 해 준다는 식으로 쓰지 않은 것도 좋았다. 찾고, 정리하고, 비교하는 건 AI가 하고 결정은 내가 한다. 이 선을 책 전체에서 지킨다.
아쉬운 점도 있다
일단 두껍다. 400쪽에 실습이 38개라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하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ㅠㅠ
내 상황에 맞는 파트부터 골라 보는 게 나을 것 같다.
마지막 파트는 집을 팔고 사는 갈아타기 위주라, 나처럼 아직 집이 없는 사람한테는 당장은 먼 얘기로 느껴질 수 있다.
AI 도구를 다섯 개나 오가다 보니, AI를 거의 안 써 본 사람은 초반 세팅에서 좀 헤맬 수도 있겠다.
이런 사람한테 맞을 것 같다
나처럼 집은 사고 싶은데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
돈이 없어서 아직 먼 얘기라고 생각하고 미뤄 둔 사람.
부동산 공부한다고 유튜브만 보다가 끝난 사람.
AI한테 부동산을 물어봤다가 뻔한 답만 받은 사람.
지금 집을 팔고 옮길까 고민 중인 사람.
이런 사람이면 한 번 펼쳐 볼 만하다.
집은 평생 제일 비싼 물건인데, 정작 살 때는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남의 확신 말고 내 기준부터 세우자"였다. 돈이 없는 지금이야말로 그 기준을 만들기 좋은 때일지도 모르겠다. AI는 그걸 도와주는 꽤 쓸 만한 비서고 ㅎㅎ
📖 난생처음 AI x 부동산 with 클로드, 제미나이, 챗GPT, 퍼플렉시티
정경석·이철로·정상기 / 한빛미디어 / 2026.09.28 / 400쪽 / 정가 24,000원
"한빛미디어 서평단 <나는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협찬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